주식 분석 앱에 “분석가 캐릭터” 3명을 넣고 싶었습니다. 직접 그릴 재주는 없으니 AI 이미지 생성에 맡겼는데, 첫 결과물이 영 별로였어요. 제 표현 그대로 “단조롭고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했다“. 셋을 나란히 놓으면 옷차림만 다르고 표정도 자세도 거의 같았습니다. 캐릭터를 셋이나 만든 이유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분석가”를 보여주려던 건데, 정작 그림에선 구분이 안 됐던 거죠.
시간을 쪼개 하는 작업이라 마음에 들 때까지 무한정 다시 돌릴 순 없죠. 그래서 “될 때까지 재생성” 대신 프롬프트가 뭘 빠뜨렸는지를 따져봤고, 한 번 제대로 고쳤더니 확 달라졌습니다. 같은 고민 하는 분들을 위해 뭘 바꿨는지 정리합니다.
프롬프트(prompt): AI에게 주는 지시문. 이미지 생성에선 “무엇을, 어떤 느낌으로 그릴지” 적는 글입니다.
첫 시도가 밋밋했던 이유
처음엔 “지혜로운 노인”, “천재 트레이더”, “분석 전문가” 같은 추상적 형용사만 줬습니다. 저는 이 단어들이 충분히 구체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머릿속에는 분명한 그림이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AI 머릿속엔 그 그림이 없다는 겁니다. AI 이미지 생성은 수많은 그림을 학습해서 “이 단어엔 보통 이런 그림이 딸려 있더라”를 익힌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지혜로운”이라고만 하면 세상의 ‘지혜로운’ 이미지 수만 장을 뭉뚱그린 가장 평범한 평균값을 그립니다. 평균은 정의상 특징이 없어요. 튀는 부분이 서로 상쇄돼서 사라지니까요.
제 캐릭터 셋이 비슷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혜로운”의 평균과 “천재”의 평균과 “전문가”의 평균은, 결국 다 “단정한 사람이 정면을 보고 있는 그림” 근처로 수렴하거든요. 제가 서로 다른 단어를 줬다고 믿었지만 AI에겐 다 비슷한 지시였던 셈입니다.
고친 프롬프트 (실제로 넣은 것)
해결의 핵심은 나이를 숫자로 박고, 성격을 구체적 동작·표정·소품으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수정해 넣은 지시문입니다.
- 허현자옹은 72세, 나이에 맞게 인자하고 지혜롭고 기품 있는 표정과 동작
- Alex S.J.는 21세, 어린 천재 트레이더답게 안경을 쓱 올리며 자신감 넘치고 콧대 높은 천재 미소년 이미지와 제스처
- Dr. Olive는 36세, 평생 숫자를 다뤄온 분석 전문가답게 안경을 매만지며 날카롭게 분석하는 이지적인 액션
- (공통) 이미지 규격은 그대로 유지, 역동성을 살릴 것
차이가 보이시나요? “지혜로운”(추상) → “72세, 기품 있는 표정과 동작”(나이+행동). “천재”(추상) → “안경을 쓱 올리며 콧대 높은 제스처”(구체적 동작). AI가 그릴 수 있는 시각적 단서로 바꿔준 겁니다.
특히 나이를 숫자로 박은 게 효과가 컸습니다. “나이 든”은 범위가 50세부터 90세까지 열려 있어 AI가 또 평균을 찾아가지만, 72세라고 못 박으면 주름, 흰머리, 자세, 심지어 옷차림까지 한 번에 좁혀집니다. 단어 하나가 여러 시각 요소를 동시에 결정하는 거예요. 21세와 72세와 36세를 명시한 순간, 셋이 섞일 수가 없어졌습니다.
마지막 줄의 역동성 지시도 그냥 넣은 게 아닙니다. AI에게 인물을 그리라고 하면 기본값이 정면을 보고 가만히 있는 증명사진이에요. 학습한 인물 사진 대부분이 그렇게 생겼으니 당연합니다. “역동성”을 명시하지 않으면 아무리 성격을 잘 적어도 그 성격이 얼굴에만 갇힌 채 몸은 굳어 있게 됩니다. “안경을 쓱 올리며” 같은 동작이 살아나려면 이 한 줄이 필요했어요.
밋밋한 AI 이미지를 살리는 4가지 레버
정리하면 손댈 곳은 네 군데입니다. 왼쪽이 제가 처음 쓴 말, 오른쪽이 고친 말입니다.
| 추상적으로 주면(❌) | 구체적으로 바꾸면(✅) |
|---|---|
| “젊은/나이 든” | 나이를 숫자로 (21세, 72세) |
| “지혜로운/자신감 있는” | 표정·자세로 (기품 있는 동작, 콧대 높은 제스처) |
| “전문가 느낌” | 소품·행동으로 (안경을 매만지며 분석하는 손) |
| “멋지게” | 역동성·구도 지시 (정적인 정면 대신 액션 포즈) |
표를 관통하는 규칙은 하나입니다. 왼쪽은 전부 “내 머릿속 느낌”이고, 오른쪽은 전부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게 상상하지만, “안경을 매만지는 손”은 누가 그려도 안경과 손이 나와야 해요. 해석의 여지를 없앤 만큼 결과가 제 의도에 가까워집니다.
한 문장: AI 이미지가 밋밋하면, 형용사를 빼고 ‘나이·표정·동작·소품’이라는 눈에 보이는 단서로 바꿔라.
추상어는 AI를 평균으로 끌고 가고, 구체적 단서는 캐릭터를 개성으로 끌고 갑니다. 인물뿐 아니라 배경·제품 컷에도 똑같이 통하는 원리예요.
그래서 뭘 하면 되나
다음에 AI 이미지가 밋밋하게 나오면, 재생성 버튼을 누르기 전에 프롬프트를 이 순서로 손보세요.
- 추상 형용사를 찾아낸다 (“멋진”, “지혜로운”, “전문가 같은”).
- 각각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번역한다 (나이 숫자 → 표정 → 동작 → 소품).
- 역동성/구도를 한 줄 추가한다 (정면 증명사진을 피한다).
- 한 번에 다 바꾸지 말고, 바꾼 단서가 먹히는지 보며 조정한다.
4번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엔 마음이 급해서 여러 개를 한꺼번에 바꿨는데, 그러면 결과가 좋아져도 뭐가 효과를 낸 건지 모릅니다. 다음 캐릭터를 만들 때 또 처음부터 헤매게 돼요. 하나씩 바꾸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지만, “나이 숫자가 제일 세더라” 같은 감각이 쌓이면 결국 총 시도 횟수가 줄어듭니다.
말로만 채점 기준을 주면 학생마다 다르게 알아듣는 것처럼, AI도 추상적인 지시는 제멋대로 해석합니다. 눈에 보이는 조건을 못 박아야 원하는 답이 나옵니다. 그림 실력이 없어도 지시를 정확하게 쓰는 능력은 기를 수 있고, 사실 그게 AI로 그림 뽑을 때의 진짜 실력이더라고요.